알뜰폰으로도 단말기 구매 가격의 최대 50%를 현금으로 보상받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통신 3사보다 낮은 요금에 단말기 보상금까지 얹어주는 상품이다. 업계에서는 ‘알뜰폰의 진격’이란 평가가 나온다.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알뜰폰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KT엠모바일은 국내 최초로 자급제 단말기 구매가의 최대 50%를 현금으로 보상하는 ‘자급제 보상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19일 발표했다. 기존 통신 3사의 단말기 보상 서비스처럼 재약정 조건 없이 단말기 가격의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준다. MZ세대가 ‘알뜰폰 요금제+최신 자급제폰’ 조합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KT엠모바일 관계자는 “최근 알뜰폰 가입자의 자급제 단말기 이용률은 약 90%에 달한다”고 말했다.
KT엠모바일 가입자 누구나 18개월간 자급제 보상 서비스 전용 부가서비스를 이용한 후 보상 신청을 하면서 단말기를 반납하면 현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부가서비스는 △아이폰형(월 6600원) △안드로이드형(월 8800원) △폴더블형(월 1만2650원) 등 3종이다.
대리점이 많지 않다는 약점은 가전업체 위니아의 고객서비스센터 위니아에이드와의 제휴를 통해 보완했다. 신규 가입 후 19~21개월이 지난 시점에 전국 위니아에이드센터와 위니아딤채스테이 직영 매장에서 보상 신청을 하면 된다. 아이폰은 최대 50%,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와 폴더블폰은 최대 45%를 현금으로 되돌려준다.
이동통신업계는 최근 알뜰폰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알뜰폰사업자들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고집하던 고객들의 눈길을 끌 만한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어서다. LG헬로비전의 헬로모바일은 지난 14일 월 3만원대에 무제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실속형 5세대(5G) 요금제를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알뜰폰 이용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알뜰폰 가입자는 1389만 명을 기록했다. 1년 전(1120만 명)보다 36.1% 증가했다. 알뜰폰과 시장 3위인 LG유플러스의 격차는 404만 명에서 218만 명으로 좁혀졌다.
가입자 수 늘리기 경쟁을 펼치고 있는 알뜰폰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알뜰폰에 통신망을 제공하는 통신 3사가 판매 장려금에 해당하는 영업 보조금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경쟁적으로 내놓던 ‘0원 요금제’ 상품 수가 한 달 만에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는 통신 3사의 견제가 향후 통신망 사용료인 ‘도매대가’ 협상에 악영향을 줄까 긴장하고 있다.
20일 알뜰폰 비교 사이트 ‘알뜰폰허브’에 따르면 월 이용료가 없는 ‘0원 요금제’ 수는 총 31개다. 지난달 말 70여개와 비교해 한 달 만에 절반 이하로 줄었다. 프리티, 모빙, 이야기모바일 등 일부 중소 알뜰폰 업체들만 0원 요금제를 판매 중이다. 소극적으로 0원 요금제 경쟁에 동참했던 통신 3사 자회사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알뜰폰 0원 요금제 수가 갑작스럽게 줄어든 배경에는 통신 3사의 견제가 있다. 통신 3사는 자사 통신망을 사용하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가입자당 20만원 수준의 영업 보조금을 알뜰폰 업체에 지급했다. 알뜰폰 업체 입장에서는 일정 기간 요금을 받지 않아도 영업 보조금 20만원을 받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더 유리했다. 알뜰폰 업체들이 6개월간 0원 요금제 혜택을 제공한 배경이다.
이런 기류가 달라진 건 이달 초부터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자사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업체에 지급하는 영업 보조금을 기존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내리면서 알뜰폰 업체들은 더 이상 0원 요금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KT도 이달 중 영업 보조금을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는 영업 보조금을 수익성과 도매대가 등을 감안해 영업 보조금을 조정했다는 입장이다. 영업 보조금은 의무적으로 지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영업 정책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는 게 통신사들의 설명이다. 통신사의 한 임원은 “알뜰폰에 지급하는 영업 보조금은 단말기 공시 지원금, 추가 지원금과 같이 얼마든지 통신사가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라고 했다.
알뜰폰 업계는 알뜰폰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자, 통신 3사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영업 보조금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통신 시장 경쟁 촉진 정책을 등에 업은 알뜰폰 업체들이 0원 요금제 경쟁을 펼치자 이를 못마땅하게 통신사가 영업 보조금을 깎았다는 것이다. 알뜰폰 업체 한 관계자는 “영업 보조금을 통해 알뜰폰 업체의 영업에 통신 3사가 직접 관여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알뜰폰 업체들은 통신 3사의 영업 보조금 축소 움직임이 향후 도매대가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려한다. 알뜰폰 업체들은 통신 3사의 통신망을 빌려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망을 사용하는 가격을 통신 3사와 협상하는 데 이를 도매대가라고 한다. 알뜰폰 업체가 통신 3사로부터 제공받는 LTE(4세대 이동통신)와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도매대가율은 각각 40%, 60% 수준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업체들이 ‘0원 요금제’ 같은 파격적인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배경에는 낮은 도매대가율이 있다. 단발성에 그치는 영업 보조금과 달리 도매대가율은 알뜰폰 생태계 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알뜰폰 업체들이 통신 3사의 영업 보조금 축소 움직임에 빠르게 반응한 건 향후 도매대가 협상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의 결과다.
알뜰폰 업계는 기존 도매의무 제공제를 제도화해야 통신 3사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세종텔레콤 회장)은 “통신 3사가 영업 보조금과 도매대가로 알뜰폰 시장을 조종하고 있다는 게 ‘0원 요금제’ 상품 수 축소로 자명하게 확인됐다”라며 “통신 3사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몰된 도매제공 의무 제도를 살려 알뜰폰 업체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없애야 통신요금 인하 효과를 확실하게 거둘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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