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A초 익명(단톡)방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힘을 가진 느낌 있잖아요. 우리들 톡을 통해 많은 샘들 신상에 변화 생긴 거 다 봤잖아요. 저만 쓰레기인가요?"
지난 9월 5일 A초 학부모 익명 단톡방 'A초를 사랑하는 모임'(아래 A사모)에 'A초 학부모'란 닉네임을 가진 이가 올린 글이다. A초는 한 교사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 7월 17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서울 서이초와 가까이 있는 서울 강남의 공립초등학교다.
26일, 교육언론[창]은 A사모에 이 학교 학부모 등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2021년부터 현재까지 올린 글들을 살펴봤다.
이날 현재 366명이 가입된 A사모가 개설된 때는 지난 2021년 9월 3일이다. 이 학교 일부 학부모들이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모듈러(임시 조립식) 교실' 반대활동을 벌일 때 이 단톡방을 만든 것이다.
"교장선생님 몸 안 좋아졌나보다, 부검해야"
2021년 9월 7일 이 단톡방 한 참여자는 당시 교장을 겨냥해 "교장 멱살 한 번 제대로 잡혀야 정신 차릴 듯"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글을 적어놓았다. 이 당시 교장이 충격을 받은 듯하자 또 다른 참여자는 같은 날 다음처럼 적었다.
"교장 선생님 몸이 많이 안 좋아지셨나 봐요. 부검해봐야 할 듯한데..."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두 명의 답변이 이어졌다.
"부검합시다."
"부검 ㅋㅋㅋㅋㅋ"
부검은 '사람이 죽은 원인을 알려고 시신을 해부해서 검사하는 일'을 뜻한다.
그런가 하면, '남편 권력'을 내세우는 글을 통해 학교를 압박하는 일도 있었다. 같은 해 9월 17일 B씨가 올려놓은 글이다.
"아빠들 나서기 전에 해결하세요. 점잖은 아빠들 나서면 끝장 보는 사람들이에요. 괜히 사회에서 난다 긴다 소리 듣는 거 아니에요."
이 글에 다음과 같은 반응 이어졌다.
"진짜 이런 분들(점잖은 아빠들)이 나서면 무서운 것 아셔야할 텐데요."
"오늘도 아침을 '모닝 민원'으로 시작했다"
이에 단톡방 한 참여자는 "여기 학부모들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만 있는 줄 아나 봐요. 왜 학부모나 친인척 중에 고위공무원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라면서 "(모듈러 사업을 철회해) 조용히 정년까지 갈 마지막 기회"라고 겁박성 글을 올렸다.
같은 해 10월 14일에는 교장을 향한 더 심각한 인신공격성 글이 올라왔다. "미X 여자"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해 11월 1일에는 교장 실명을 거론하며 "○○○씨, 동대문에서 장사하시다 오셨나요?"라고 비꼬는 글도 올라왔다.
결국 이 무렵 모듈러 사업은 이 학교와 서울시교육청이 사실상 포기 선언을 하며 취소됐다. 올해 현재 이 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5학년의 경우 34.2명이다. 이는 서울 강남 지역 5학년 학급당 학생 수 25.7명보다 8.5명 많은 수치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뒤 A사모 단톡방 참여자들은 "오늘도 아침을 모닝 민원으로 시작했다"(2021년 11월 29일), "민원은 사랑입니다"(2022년 2월 12일), "오늘 아침도 모닝민원과 함께 시작해보아요"(2022년 2월 24일)와 같은 이른바 '민원 자랑'이나 '민원놀이' 글을 심심치 않게 올렸다.
이 같은 비꼬는 투의 말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9월 19일 한 교사가 병가를 내자 한 참여자는 "코로나? 식중독?"이라고 적었고, 이어 또 다른 참여자는 "마음이 아파서 그러신 건가요?"라고 말했다.
이 단톡방 참여자들은 지난 9월 4일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날 무렵 교사들의 추모 집회 참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선생님들 파업하기로 하셨으니 소풍은 다시 예정대로 가주시는지요. 권리만 내세우면 주장하시는 것들의 의미는 퇴색될 것입니다."(2023년 9월 1일)
"(9월) 4일에 집회하시고 복귀하셔서는 교사의 임무를 다하시면 좋겠습니다. 5일에 학생들과 만나시면 교실을 비워서 미안하다고도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2023년 9월 2일)
'A초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단톡방 이름과 달리, 이 방에 올라온 글 상당수는 '교원 저격'이라는 게 이 학교 교원들의 증언이다. 다만, 올해 6월 한 참여자가 "C교사는 친절하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지만, 곧 "친절한 것이 더 무서운 법"이란 반응이 돌아오기도 했다.
물론 학부모들이 단톡방을 만들 수 있고, 학교에 관해 논하는 것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 단톡방의 경우 익명으로 운영되다 보니, 교사에 대한 비방도 무분별하게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사들도 이같은 단톡방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이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당사자들의 주장이다.
A학교 교원 상당수는 "이 단톡방이 개설된 뒤인 2021년 말 교원전출서류를 작성할 때 이 학교 정규직 교원 70여 명 가운데 33%인 23명가량이 비정기 전보전출을 신청했다"고 증언했다. 5년 근무 기한을 채우지 않은 채 지방파견, 휴직과 전업, 원거리 내신 등의 방법으로 학교를 떠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불안에 떠는 교사들, 최악의 학교 탈출 시도?
교육언론[창]이 직접 만난 이 학교 교원 10여 명은 "단톡방의 감시와 민원 때문에 교사들이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교사는 "우리는 교원 실명까지 거론되는 단톡방에서 언제든지 조리돌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 교육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말했고, 또 다른 교사는 "이것이야말로 마녀사냥이고, 교사사냥이다. 그게 아니고 무엇이냐"고 하소연했다.
이 학교 교장은 이 단톡방에 민원 글이 올라오자마자 학부모들에게 올해에만 두 차례 사과문을 보내야했다고 알려졌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교원사냥'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A사모' 단톡방 고발 기사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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